돈에 눈 먼 시대 | 윤석원 중앙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01
- 조회 396
돈에 눈 먼 시대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최근 모 경제지에서 ‘첨단농업 부국의 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부의 요직에 있는 높은 분들이 모두 참석하여 국민보고대회(?)라는 것을 했다. 누가 누구에게 보고한다는 것인지도 알지 못하겠거니와 한 경제전문지가 벌이는 전시 행사에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대통령만 빼고 높은 분들이 총 출동한 것 부터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업 얘기 한다면서 정작 당사자인 농민이나 단체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행사에 수억원의 돈을 정부가 지원했다고 하니 의아스럽다.
선무당 사람 잡는 얘기들에 실소
보고 내용이란 것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몇가지만 보면 한국농업이 30년째 뒤걸음 쳤다고 진단하면서 그 이유가 고령화율이 1980년에는 6.7%였는데 2008년에는 33.3%로 높아졌고, 동 기간에 농업생산액의 국내총생산액(GDP)비중은 14.4%에서 2.3%로 줄었으며, 도시근로자소득대비 농가소득은 95.9%에서 65.3%로 낮아 졌으며, 농산물 무역적자가 12.3억불에서 188억불로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농업이 뒤걸음 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그동안 농업·농촌을 도외시 하고 공업, 도시 중심의 성장정책을 추구한 결과일 뿐이다.
그밖에도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들 중에서 농진청과 서울대를 합치라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경제지가 두 개가 있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니 M경제지와 H경제지를 합치라는 안이나 K대와 Y대를 합치면 효율성과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얘기와 유사한 것으로 일고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얘기다. 또 경자유전의 원칙을 경자용전의 원칙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이는 초헌법적 발상이며 농지가 뭔지도 모르는 경솔한 주장이다. 지금도 약 절반의 농지는 부재지주의 것인데 농지를 투기장화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쌀변동직불금을 없애고 그 대신 R&D.교육투자나 농촌거주여건을 개선하는데 쓰자고 주장했는데 선무당 사람 잡는 얘기다. 더군다나 없애자는 이유가 2008년 676억원이던 직불금이 2009년에는 5300억원이 증액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불금이 증액이 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 쌀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지 예산이 증액된 것이 아님에도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어 보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딱 그꼴
한강에 버티칼 팜을 만들고, 도심지에 식물공장을 건립하며, 수출 1조원기업 10곳을 키우고, 시화·새만금·영산강 간척지를 농업특구로 지정하여 외국 농기업을 유치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거대자본의 결탁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한국 농업에 외국자본이나 도시자본을 끌어 들이자는 발상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한국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상이고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
옛 속담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무식하면 맷돼지는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과 모든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숲과 자연생태계를 이해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려는 지혜는 엄두도 못낸다. 맷돼지 잡자고 평온했던 숲과 자연을 마구 들쑤셔 놓기만 한다는 얘기다. 첨단농업이니 부국의 길이니 하면서 농업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있지만 그것은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대한 인식의 결여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정신의 빈약함을 들어내는데 다름 아니다.
지금 이 시대는 산업혁명이후 지속되어 온 물질위주의 경제성장이 인류문명과 농업문명에게 가져다준 폐해들을 심각히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시대이다. 공업화위주의 경제성장은 화석원료의 남용으로 지구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있고 기후환경은 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 사막화, 생물종다양성축소, 오존층 고갈, 물부족, 산림 피폐화, 식량난과 기아 등 우리 시대가 고민해야할 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의 창궐에 의해 물신주의가 난무하고 경쟁력과 효율성 지상주의는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며 인간성을 말살하는 인간소외의 현상이 창궐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는 분명 우리 인류가 지향해야할 비전이나 목표가 아니다.
농업을 돈벌이로만 인식 ‘문제’
이러한 시대정신이 있다면 한국농업의 비전을 이렇게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온갖 자본을 끌여 들여 농업을 오로지 돈벌이로만 인식하는 철학의 천박함은 물론이요, 자연 환경에 대한 겸허함이나 신자유주의에 의한 인간성 말살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농민이라는 인간이 겪는 고민이나 이들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겸허함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것을 국민대회라고 하여 총리까지 동원되고 그 뒤를 정부가 지원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부디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된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4월12일자 (제2232호) 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최근 모 경제지에서 ‘첨단농업 부국의 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부의 요직에 있는 높은 분들이 모두 참석하여 국민보고대회(?)라는 것을 했다. 누가 누구에게 보고한다는 것인지도 알지 못하겠거니와 한 경제전문지가 벌이는 전시 행사에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대통령만 빼고 높은 분들이 총 출동한 것 부터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업 얘기 한다면서 정작 당사자인 농민이나 단체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행사에 수억원의 돈을 정부가 지원했다고 하니 의아스럽다.
선무당 사람 잡는 얘기들에 실소
보고 내용이란 것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몇가지만 보면 한국농업이 30년째 뒤걸음 쳤다고 진단하면서 그 이유가 고령화율이 1980년에는 6.7%였는데 2008년에는 33.3%로 높아졌고, 동 기간에 농업생산액의 국내총생산액(GDP)비중은 14.4%에서 2.3%로 줄었으며, 도시근로자소득대비 농가소득은 95.9%에서 65.3%로 낮아 졌으며, 농산물 무역적자가 12.3억불에서 188억불로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농업이 뒤걸음 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그동안 농업·농촌을 도외시 하고 공업, 도시 중심의 성장정책을 추구한 결과일 뿐이다.
그밖에도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들 중에서 농진청과 서울대를 합치라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경제지가 두 개가 있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니 M경제지와 H경제지를 합치라는 안이나 K대와 Y대를 합치면 효율성과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얘기와 유사한 것으로 일고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얘기다. 또 경자유전의 원칙을 경자용전의 원칙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이는 초헌법적 발상이며 농지가 뭔지도 모르는 경솔한 주장이다. 지금도 약 절반의 농지는 부재지주의 것인데 농지를 투기장화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쌀변동직불금을 없애고 그 대신 R&D.교육투자나 농촌거주여건을 개선하는데 쓰자고 주장했는데 선무당 사람 잡는 얘기다. 더군다나 없애자는 이유가 2008년 676억원이던 직불금이 2009년에는 5300억원이 증액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불금이 증액이 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 쌀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지 예산이 증액된 것이 아님에도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어 보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딱 그꼴
한강에 버티칼 팜을 만들고, 도심지에 식물공장을 건립하며, 수출 1조원기업 10곳을 키우고, 시화·새만금·영산강 간척지를 농업특구로 지정하여 외국 농기업을 유치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거대자본의 결탁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한국 농업에 외국자본이나 도시자본을 끌어 들이자는 발상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한국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상이고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
옛 속담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무식하면 맷돼지는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과 모든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숲과 자연생태계를 이해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려는 지혜는 엄두도 못낸다. 맷돼지 잡자고 평온했던 숲과 자연을 마구 들쑤셔 놓기만 한다는 얘기다. 첨단농업이니 부국의 길이니 하면서 농업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있지만 그것은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대한 인식의 결여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정신의 빈약함을 들어내는데 다름 아니다.
지금 이 시대는 산업혁명이후 지속되어 온 물질위주의 경제성장이 인류문명과 농업문명에게 가져다준 폐해들을 심각히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시대이다. 공업화위주의 경제성장은 화석원료의 남용으로 지구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있고 기후환경은 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 사막화, 생물종다양성축소, 오존층 고갈, 물부족, 산림 피폐화, 식량난과 기아 등 우리 시대가 고민해야할 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의 창궐에 의해 물신주의가 난무하고 경쟁력과 효율성 지상주의는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며 인간성을 말살하는 인간소외의 현상이 창궐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는 분명 우리 인류가 지향해야할 비전이나 목표가 아니다.
농업을 돈벌이로만 인식 ‘문제’
이러한 시대정신이 있다면 한국농업의 비전을 이렇게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온갖 자본을 끌여 들여 농업을 오로지 돈벌이로만 인식하는 철학의 천박함은 물론이요, 자연 환경에 대한 겸허함이나 신자유주의에 의한 인간성 말살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농민이라는 인간이 겪는 고민이나 이들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겸허함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것을 국민대회라고 하여 총리까지 동원되고 그 뒤를 정부가 지원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부디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된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4월12일자 (제2232호) 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