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환경정의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1:01
- 조회 395
불편한 진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환경정의 이사장
2008년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세계 주요 8국(G8)+한·중·인도 정상회의에서 지구촌의 세가지 심각한 위기적 상황, 즉 기후온난화, 유가폭등, 국제식량문제 등이 논의되었다. 그 후 지난 2009년 8월에는 G20 회의, 11월엔 코펜하겐 정상회의를 통하여 21세기 현 시점이 바로 ‘기후·에너지 문제’ 해결의 분수령임이 여실히 확인되었다.
지구 온실가스 제9위 배출국,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1인당 석유소비가 5위 안에 드는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최하위권 국가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선 특히 홋카이도 정상회의가 국정의 안목을 크게 넓힐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그해 8월15일 이제까지의 경제개발 기조를 장차 저탄소 ‘녹색성장(green growth)’으로 전환할 것을 천명하였다.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선언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고심 끝에 내놓은 정부안이 앞서 소개한 2009년 11월17일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 감축하겠다는 목표치이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으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제시한 감축방안들은 업종별 중기 감축목표 제시와 배출권거래법 제정을 비롯해 10대 핵심 녹색기술 개발, 녹색건축 및 교통겚鳧?활성화, 에너지가격 합리화와 세제개편, 에너지 목표관리제, 녹색도시 시범사업, 원자력발전(2008년 총전력의 24% 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확대 등이다.
실망스런 온실가스 감축계획
실행계획 중 아쉬운 점은 온실가스 배출의 5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부문과 발전부문에 대한 감축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기후온난화를 줄이는데 가장 적극적인 처방요소인 산림, 바다, 갯벌, 습지, 유기농업 등 녹색생명산업의 육성대책이 빠져 있다.
앞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대책 중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그 해법을 민관 공동의 의무적 노력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21세기가 다 가기 전에 다른 나라들과 함께 물 기근, 석유전쟁, 식량싸움 그리고 전염병 등으로 혼돈에 빠져들지 모른다.
최소한 지구상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 수준인 390ppm 수준 이하로 묶어두고 범지구적으로 매년 3.1ppm의 비율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중단해야 지구온도의 추가적인 상승을 멈출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지구온도는 21세기 말이면 4.6도로 상승할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개번 메코맥 호주대 교수, 2009. 10). 다른 한편, 지구과학전문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009년 최근호는 31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결과, ‘21세기 말이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6°C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지구적 재앙 현실화 가능성
결론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IPCC(국제기후변화 위원회) 4차 보고서는 2100년에는 1980~1999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1°~6.4°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 100년(1906~2005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가 0.74°C 안팎 상승한 결과 북극의 빙하가 무너지고 2030년에는 다 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는 기후변화 조건들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가공할 미래상이 예상된다.
지구 재난영화 「2012」가 허황한 스토리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1912~1920년 사이의 평균기온이 12°C이었으나 약 80년이 지난 1991~2000년에는 13.5°C로서 1.5°C가 상승하였다. 이는 같은 기간의 세계 평균기온상승률의 2.5배에 해당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미국 환경운동가 고어 전 부통령이 말한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이의 극복을 위한 민관의 노력을 세계인들과 함께 경주하여야 한다. 더 이상의 산림과 농지·습지 훼손을 막고 전국도시 곳곳에 나무를 심고 더욱 적극적으로 산림을 가꾸고 농약과 화학비료 시비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유기농업을 독려하는 녹색사업에 ‘올인’해야 한다.
그리고 되풀이하지만 기후·에너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사회 전 산업분야, 전 구성원들에 의한 총체적인 에너지 사용효율화와 탄소배출의 절감 노력이 왕도(王道)이다. 친환경적인 건설방식으로의 토건사업을 전환하고 지나치게 석유의존적인 교통체계도 바로 잡아야 한다.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로 하는 토목건축건설 공정을 법제화하고 각종 건축물에 잔디를 심고 정원가꾸기를 의무화하는 등 녹색공정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 필요
식품 등 농산물의 수송·저장 보관에 따른 에너지 수요발생을 억제하는 푸드마일리지 절감 노력 역시 필요하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생산지가 100마일(16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생산돼 수송되어 오는 농산물이나 식품들을 사먹지 않는 로커보어(locavore)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 지역사회에서 생산된 제 철의 농산물과 식품들을 그 지역사회가 먼저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과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치즈, 버터, 와인, 막걸리 등처럼 1차적으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자연상태로 발효화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하는 슬로푸드 운동도 아주 실천적인 녹색성장 정책이다.
그러면서 자연(自然) 에너지원인 태양광열, 지열, 풍력, 조력(潮力), 수력, 농림업, 바이오연료 등을 최대한 활용해 석유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내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 말할 수 있다. 바이오 연료는 식량으로 사용하지 않는 농작물의 부산물과 미이용 또는 폐기자원을 부숙시키거나 발효시켜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의 경쟁적인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부문의 하나이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3월25일자 (제2228호) 에 실린 내용입니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환경정의 이사장
2008년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세계 주요 8국(G8)+한·중·인도 정상회의에서 지구촌의 세가지 심각한 위기적 상황, 즉 기후온난화, 유가폭등, 국제식량문제 등이 논의되었다. 그 후 지난 2009년 8월에는 G20 회의, 11월엔 코펜하겐 정상회의를 통하여 21세기 현 시점이 바로 ‘기후·에너지 문제’ 해결의 분수령임이 여실히 확인되었다.
지구 온실가스 제9위 배출국,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1인당 석유소비가 5위 안에 드는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최하위권 국가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선 특히 홋카이도 정상회의가 국정의 안목을 크게 넓힐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그해 8월15일 이제까지의 경제개발 기조를 장차 저탄소 ‘녹색성장(green growth)’으로 전환할 것을 천명하였다.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선언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고심 끝에 내놓은 정부안이 앞서 소개한 2009년 11월17일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 감축하겠다는 목표치이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으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제시한 감축방안들은 업종별 중기 감축목표 제시와 배출권거래법 제정을 비롯해 10대 핵심 녹색기술 개발, 녹색건축 및 교통겚鳧?활성화, 에너지가격 합리화와 세제개편, 에너지 목표관리제, 녹색도시 시범사업, 원자력발전(2008년 총전력의 24% 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확대 등이다.
실망스런 온실가스 감축계획
실행계획 중 아쉬운 점은 온실가스 배출의 5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부문과 발전부문에 대한 감축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기후온난화를 줄이는데 가장 적극적인 처방요소인 산림, 바다, 갯벌, 습지, 유기농업 등 녹색생명산업의 육성대책이 빠져 있다.
앞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대책 중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그 해법을 민관 공동의 의무적 노력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21세기가 다 가기 전에 다른 나라들과 함께 물 기근, 석유전쟁, 식량싸움 그리고 전염병 등으로 혼돈에 빠져들지 모른다.
최소한 지구상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 수준인 390ppm 수준 이하로 묶어두고 범지구적으로 매년 3.1ppm의 비율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중단해야 지구온도의 추가적인 상승을 멈출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지구온도는 21세기 말이면 4.6도로 상승할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개번 메코맥 호주대 교수, 2009. 10). 다른 한편, 지구과학전문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009년 최근호는 31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결과, ‘21세기 말이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6°C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지구적 재앙 현실화 가능성
결론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IPCC(국제기후변화 위원회) 4차 보고서는 2100년에는 1980~1999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1°~6.4°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 100년(1906~2005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가 0.74°C 안팎 상승한 결과 북극의 빙하가 무너지고 2030년에는 다 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는 기후변화 조건들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가공할 미래상이 예상된다.
지구 재난영화 「2012」가 허황한 스토리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1912~1920년 사이의 평균기온이 12°C이었으나 약 80년이 지난 1991~2000년에는 13.5°C로서 1.5°C가 상승하였다. 이는 같은 기간의 세계 평균기온상승률의 2.5배에 해당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미국 환경운동가 고어 전 부통령이 말한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이의 극복을 위한 민관의 노력을 세계인들과 함께 경주하여야 한다. 더 이상의 산림과 농지·습지 훼손을 막고 전국도시 곳곳에 나무를 심고 더욱 적극적으로 산림을 가꾸고 농약과 화학비료 시비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유기농업을 독려하는 녹색사업에 ‘올인’해야 한다.
그리고 되풀이하지만 기후·에너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사회 전 산업분야, 전 구성원들에 의한 총체적인 에너지 사용효율화와 탄소배출의 절감 노력이 왕도(王道)이다. 친환경적인 건설방식으로의 토건사업을 전환하고 지나치게 석유의존적인 교통체계도 바로 잡아야 한다.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로 하는 토목건축건설 공정을 법제화하고 각종 건축물에 잔디를 심고 정원가꾸기를 의무화하는 등 녹색공정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 필요
식품 등 농산물의 수송·저장 보관에 따른 에너지 수요발생을 억제하는 푸드마일리지 절감 노력 역시 필요하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생산지가 100마일(16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생산돼 수송되어 오는 농산물이나 식품들을 사먹지 않는 로커보어(locavore)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 지역사회에서 생산된 제 철의 농산물과 식품들을 그 지역사회가 먼저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과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치즈, 버터, 와인, 막걸리 등처럼 1차적으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자연상태로 발효화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하는 슬로푸드 운동도 아주 실천적인 녹색성장 정책이다.
그러면서 자연(自然) 에너지원인 태양광열, 지열, 풍력, 조력(潮力), 수력, 농림업, 바이오연료 등을 최대한 활용해 석유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내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 말할 수 있다. 바이오 연료는 식량으로 사용하지 않는 농작물의 부산물과 미이용 또는 폐기자원을 부숙시키거나 발효시켜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의 경쟁적인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부문의 하나이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3월25일자 (제2228호) 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