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농정현안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00
- 조회 381
지방선거와 농정현안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방선거의 계절이다. 예비후보들이 등록했고, 정부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반발하는 야당들은 정책연합과 후보조정 등으로 공동 대응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다섯 야당의 정책합의안이 발표되었다.
12개 분야의 주요 내용은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와 대학등록금 상한제,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 국가 공공의료강화,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 시정, 4대강 사업 반대, 세종시 원안 추진 및 국가균형발전, 부자감세 철회 등이다. 서민복지 강화가 기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야당 정책합의안에 대해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은 시급한 농정현안이 많은데도 야 5당이 합의안에 농업분야 정책이 빠진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
야당 정책합의안에 농정현안이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 농정현안이 있어도 농민들 사이의 관심에 그치고 국민들에게는 두드러진 농정 이슈가 보이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또는 여야당 간에 농정현안을 둘러싼 쟁점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야당들이 여당과의 차별화를 하는데 농정현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농민들의 정당 참여, 정치참여가 부진하여 정당내의 농민 목소리가 약했던 탓일 수도 있다. 결국 야당 합의안에 농정현안이 빠진 것은 야당의 소홀함도 있었지만 농민들의 주체적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 단체장·지방의원 평가 낙제점
올해 지방선거에 농민들은 어떻게 임할 것인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농민들의 평가는 낮다. 연초에 실시한 농어민신문 여론조사에 의하면 농민들은 그동안의 광역 및 기초자치 단체장에게는 평균 62.4점을 주는데 그쳤고, 도의원과 시·군의원에게는 낙제점인 53.9점을 주었다. 농민들은 단체장들의 농정공약 이행률이 60% 미만이라고 평가하는 비율이 70%에 달했다. 농민들은 지난 4기에 미진했다고 보고, 5기에 가장 원하는 것으로 ‘농어민 소득증대’를 꼽았다. 농민들은 이번 후보자선택 기준으로 농정공약을 중요시하고 있고, ‘농업현장을 잘 아는 인물’을 단체장으로 선호한다.
농민들 요구 실현할 좋은 기회
지방자치 선거는 농민들의 요구를 제기하고 실현할 좋은 기회다. 시민단체들은 학교 무상급식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써 야5당의 공통정책 채택 등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의제로 등장시켰다. 농업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따른 식량불안과 이를 부추기는 농가소득 후퇴와 농업후계인력 고갈이 제일 큰 문제다. 국민들도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식량자급률 향상과 친환경 농업 확대, 로컬 푸드 시스템 활성화 등을 국민적 의제로 등장시켜 여야당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약에는 식량자급률을 현재의 25~30%에서 얼마나(예컨대 30~35%로) 끌어올릴 것인지, 이를 위해서 농지는 얼마나 지켜야 하는지, 쌀값을 얼마로 보장해야 하는지, 농가소득 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도 함께 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최근 장마가 길어져 시설채소재배 농가의 피해가 크고 채소가격도 폭등하고 있는데 충분한 자연재해 보상을 위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은 중요한 농정공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들은 여야당이 지방선거 공약을 내놓으면 그것을 실현하는데 소요되는 재정계획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은 ‘경제개방으로 인한 농어민들의 소득감소를 보전하고 복지수준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의 지방자치 핵심 경제공약인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로서 농정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정 확충과는 모순되었다. 또 2008년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세금부담 경감 공약도 서민감세가 아니라 부자 감세가 되었고, 사교육비 절반 인하, 약값 20% 인하 등 생활비를 줄여주겠다는 공약도 감세와 4대강사업 등에 따른 재정 사정 악화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공약 실천할 재정계획 따져봐야
한편 2006년 당시 집권당 열린우리당은 농민들에게 ‘시장개방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직접지불제도와 농작물재해보험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복지수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해서는 국민적 정서를 핑계로 머뭇거리는 자세를 보였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복지와 분배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를 실현할 방법을 추구하지 않고, 집권당의 실책 등이 겹쳐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말만으로 그치는 공약은 믿을 수 없고, 전체 경제정책 운영기조와 재정계획으로 뒷받침되는 공약이라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3월18일자 (제222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방선거의 계절이다. 예비후보들이 등록했고, 정부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반발하는 야당들은 정책연합과 후보조정 등으로 공동 대응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다섯 야당의 정책합의안이 발표되었다.
12개 분야의 주요 내용은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와 대학등록금 상한제,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 국가 공공의료강화,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 시정, 4대강 사업 반대, 세종시 원안 추진 및 국가균형발전, 부자감세 철회 등이다. 서민복지 강화가 기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야당 정책합의안에 대해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은 시급한 농정현안이 많은데도 야 5당이 합의안에 농업분야 정책이 빠진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
야당 정책합의안에 농정현안이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 농정현안이 있어도 농민들 사이의 관심에 그치고 국민들에게는 두드러진 농정 이슈가 보이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또는 여야당 간에 농정현안을 둘러싼 쟁점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야당들이 여당과의 차별화를 하는데 농정현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농민들의 정당 참여, 정치참여가 부진하여 정당내의 농민 목소리가 약했던 탓일 수도 있다. 결국 야당 합의안에 농정현안이 빠진 것은 야당의 소홀함도 있었지만 농민들의 주체적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 단체장·지방의원 평가 낙제점
올해 지방선거에 농민들은 어떻게 임할 것인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농민들의 평가는 낮다. 연초에 실시한 농어민신문 여론조사에 의하면 농민들은 그동안의 광역 및 기초자치 단체장에게는 평균 62.4점을 주는데 그쳤고, 도의원과 시·군의원에게는 낙제점인 53.9점을 주었다. 농민들은 단체장들의 농정공약 이행률이 60% 미만이라고 평가하는 비율이 70%에 달했다. 농민들은 지난 4기에 미진했다고 보고, 5기에 가장 원하는 것으로 ‘농어민 소득증대’를 꼽았다. 농민들은 이번 후보자선택 기준으로 농정공약을 중요시하고 있고, ‘농업현장을 잘 아는 인물’을 단체장으로 선호한다.
농민들 요구 실현할 좋은 기회
지방자치 선거는 농민들의 요구를 제기하고 실현할 좋은 기회다. 시민단체들은 학교 무상급식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써 야5당의 공통정책 채택 등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의제로 등장시켰다. 농업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따른 식량불안과 이를 부추기는 농가소득 후퇴와 농업후계인력 고갈이 제일 큰 문제다. 국민들도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식량자급률 향상과 친환경 농업 확대, 로컬 푸드 시스템 활성화 등을 국민적 의제로 등장시켜 여야당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약에는 식량자급률을 현재의 25~30%에서 얼마나(예컨대 30~35%로) 끌어올릴 것인지, 이를 위해서 농지는 얼마나 지켜야 하는지, 쌀값을 얼마로 보장해야 하는지, 농가소득 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도 함께 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최근 장마가 길어져 시설채소재배 농가의 피해가 크고 채소가격도 폭등하고 있는데 충분한 자연재해 보상을 위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은 중요한 농정공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들은 여야당이 지방선거 공약을 내놓으면 그것을 실현하는데 소요되는 재정계획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은 ‘경제개방으로 인한 농어민들의 소득감소를 보전하고 복지수준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의 지방자치 핵심 경제공약인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로서 농정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정 확충과는 모순되었다. 또 2008년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세금부담 경감 공약도 서민감세가 아니라 부자 감세가 되었고, 사교육비 절반 인하, 약값 20% 인하 등 생활비를 줄여주겠다는 공약도 감세와 4대강사업 등에 따른 재정 사정 악화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공약 실천할 재정계획 따져봐야
한편 2006년 당시 집권당 열린우리당은 농민들에게 ‘시장개방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직접지불제도와 농작물재해보험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복지수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해서는 국민적 정서를 핑계로 머뭇거리는 자세를 보였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복지와 분배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를 실현할 방법을 추구하지 않고, 집권당의 실책 등이 겹쳐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말만으로 그치는 공약은 믿을 수 없고, 전체 경제정책 운영기조와 재정계획으로 뒷받침되는 공약이라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3월18일자 (제222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