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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민단체, 지방선거 전략을 세워라 | 황민영 국민농업포럼 상임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0:59
    • 조회 401
    농민단체, 지방선거 전략을 세워라
    | 황민영 국민농업포럼 상임공동대표 


    다시 지방선거가 시작됐다. 오는 6월 2일이 선거일이니,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지방에서는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루기 때문에 선거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회도 정부도, 중앙정치권이 온통 지방자치선거로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형식적 자치’ 벗어야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만큼 순탄치 않았다. 해방 후 1949년 7월 4일 제헌 국회가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였으나, 선거 실시가 정치적 이유로 보류되었고, 1952년에야 지방의회선거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1956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 지방의회가 선출하는 시·군, 읍·면장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개정하고, 다시 1958년 지방자치법을 재개정하여 임명제로 전환시켰다. 
    4.19혁명 후 집권한 민주당정부는 1960년 11월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 시·도, 읍·면에 대한 지방자치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5.16에 의해 폐기되고, 군사혁명위원회 포고 제4호로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1961년 6월 비상조치법 제20조에 따라 시·도지사, 시장·군수를  임명하였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우여곡절은 전두환 정권까지 무려 17년이라는  긴 단절의 역사를 거쳤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한국 민주주의 암흑기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 후 1987년 실시된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지방자치선거를 공약하면서, 1991년 기초·광역 의회 의원만을 뽑는 선거가 있었고, 다시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은 1995년으로 미룸으로서 지방의회만 존재하는 불구의 자치시대가 있었다. 지방자치의 본격적인 실시는 문민정부와 함께 시작됐다. 1995년 6월 27일 4대 선거(기초의회·광역의회, 기초단체장·광역단체장)를 통하여, 선진국과 같은 완전한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아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꽃인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16년, 지금까지 네 차례의 지방자치 선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어느 개그맨의 호통처럼, ‘주민 여러분, 농민 여러분! 지방자치가 실시되어 여러분의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농민과 농촌의 살림살이가 나아졌습니까?’.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아직은 평가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높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초의 기대치보다 낮다는 평가일 수 있고, 한편으로는 들어가는 유무형의 비용에 비하여, 효율이 높지 않다는 평가일 수 있다. 특히 주민자치이어야 할 지방자치가 형식적 자치에 머물고 있을 뿐, 주민의 자치 역량을 모으는 실질적 자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농업·농촌·농민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를 더욱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농민단체 뭉쳐 적합한 인물 발굴

    오늘 우리의 지방자치는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주민참여의 미흡,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자기이익 추구, 자치역량의 미흡 등 다양한 원인을 지방자치의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우리는 왜 주민들의 자치 참여가 미흡하고, 지방정치인들까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는가, 그들의 역량은 왜 부족한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의 뿌리는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가 주민들의 자치이기 보다, 왜곡된 중앙정치의 사슬에 꽁꽁 메어 있고, 특히 낮은 지방재정자립도는 정상적인 자치를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초의원, 단체장의 공천까지 중앙당에서 좌지우지하는 판, 국회의원에게 메여 있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올바른, 적극적인 지방자치 참여가 있기를, 그리고 지방자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지방정치를 선도해나아가야 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부정, 비리에 연루되는 지방자치의 현실은 더욱 문제이다. 최소한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않은 정치장사꾼, 인격파탄자, 파렴치범들이 지방자치판에 끼어들어 분탕질을 하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는 깊어만 갈뿐이다.
    우리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지방자치 선거판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번 선거를 잘못하면 4년 후회가 아니라 평생을 후회한다는 생각, 그러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지방자치선거를 통하여, 시도, 시군 의원, 단체장을 뽑고, 교육감, 교육의원을 선거하는 일이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헤아려야  한다.

    지방자치 바로 세우기에 총력을

    누가 할 것인가. 농어촌지역은 농어민단체들이 연대하여,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청렴성이 높은 인물을 찾는 일에 앞장서고,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올바로 세우는 일을 이 시기 제일 과제로 삼아야 한다. 농민단체들이 중앙에서 농정개혁운동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지방자치, 지방농정을 개혁하는 노력도 그것에 못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방자치선거 국면을 맞이하여, 전체 농민단체들이 연대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합리적 방안을 찾고 실천, 그리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재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3월15일자 (제22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