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루 산업의 정치경제 | 윤석원 중앙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0:58
- 조회 409
쌀가루 산업의 정치경제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최근 정부는 쌀 소비 진작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쌀의 소비는 밥용으로 소비되는 물량이 95%에 달하고 나머지 5% 정도가 쌀가공식품으로 소비된다. 쌀가공식품중에서 약 60%는 떡류이고, 나머지 40%가 막걸리 떡뽁이 면류 등이다. 현재까지는 이들 쌀가공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쌀가루를 생산하거나 조달하고 있는바 그 물량은 약 11만톤 정도로 파악된다.
우리 쌀의 소비를 늘리는 또 하나의 방안으로 ‘쌀가루 시장’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소비량은 1인당 약 74kg이고 밀가루 소비량은 약 33kg으로 쌀 소비량의 약 44%에 달하는 200만톤 수준이다. 이러한 밀가루 소비량의 약 10%만 쌀가루로 대체(R-10 정책)할 수 있다면 연간 약 20만톤의 쌀가루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은 밀가루 대체용 쌀가루가 약 1만톤에 불과한 실정이니 20만톤 즉 R-10 정책의 실현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은 자명해 진다. 쉽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으며 가능하면 우리 쌀을 원료로 이용하는 것이라면 강력히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쌀가루 시장 확대 정책 맞지만…
쌀가루가 밀가루의 10%를 대체할 경우 연간 업계의 원가부담 절감 650억원, 밀 수입 대체 효과 545억원, 재정손실(보관료 등) 감소 656억원 등의 이익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기존의 대규모 밀가루 제분회사인 CJ제일제당, 대한제분, 한국제분 등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빠른 시일내에 뭔가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들 대기업의 참여를 원하는지 모르지만 밀가루 제분뿐만 아니라 쌀가루 제분까지도 이들 대규모 밀가루 제분업자에게 독과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일본도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쌀 소비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쌀가루 생산과 소비를 위해 우리와 같이 R-10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밀가루 소비량 500만톤중 10%인 50만톤의 쌀가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것은 기존의 대규모 밀가루 제분회사를 쌀가루제분에 끌어들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 쌀가루제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니가타제분이나 후지이쇼텐제분 등의 쌀가루제분회사는 대부분 지역밀착형 쌀 도정 및 제분업체들로서 지역의 쌀생산농가들과 계약생산을 통하여 쌀가루 생산과 쌀 도정을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밀가루 제분회사 배제를
일본정부도 이들 쌀 도정·제분업자들에게 필요하면 시설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쌀 생산농가들에게는 2009년부터 쌀가공용 신규수요개발품종을 재배할 경우에는 1ha당 중앙정부가 80만엔(약1040만원), 지방정부(니가타현)가 20만엔(약260만원) 등 1ha당 총 100만엔(1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신규수요개발품종이 아니더라도 1ha당 20만엔(약2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쌀생산농가들에게 쌀가공용품종을 재배할 경우에 특별히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결국 쌀가루제분업체들에게 생산농가들이 계약재배를 통하여 원료쌀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쌀가루제분회사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쌀생산농가와 지역의 쌀가루제분회사 모두에게 이득이 가고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이득이 가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과 연계되지 못한 대규모 밀가루제분업계는 뛰어 들 수 없는 구조다.
농가·농촌경제에 도움되게 해야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새로운 쌀가루제분공장은 기존의 밀가루제분공장이 아니라 쌀생산농가와 연계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농촌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농촌지역밀착형이어야 하며, 지역에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성이 있는 업체의 참여를 통하여 달성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정부가 쌀가루 시장 확대를 위하여 제분기술은 물론 쌀가루용 쌀품종개발에 막대한 R&D자금을 투입할 뿐만 아니라 시설자금융자, 가공용 쌀 저가공급, 쌀가공식품 소비진작을 위한 공공급식확대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그 정책의 혜택이 자칫 농가나 농촌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밀가루제분업계에게 쌀가루제분까지 독과점체제를 허용하는 꼴이며, 궁극적인 목적인 쌀소비활성화와 쌀생산기반유지, 쌀생산농가의 안정적 소득보장, 나아가서는 식량안보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3월11일자 (제2224호)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최근 정부는 쌀 소비 진작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쌀의 소비는 밥용으로 소비되는 물량이 95%에 달하고 나머지 5% 정도가 쌀가공식품으로 소비된다. 쌀가공식품중에서 약 60%는 떡류이고, 나머지 40%가 막걸리 떡뽁이 면류 등이다. 현재까지는 이들 쌀가공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쌀가루를 생산하거나 조달하고 있는바 그 물량은 약 11만톤 정도로 파악된다.
우리 쌀의 소비를 늘리는 또 하나의 방안으로 ‘쌀가루 시장’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소비량은 1인당 약 74kg이고 밀가루 소비량은 약 33kg으로 쌀 소비량의 약 44%에 달하는 200만톤 수준이다. 이러한 밀가루 소비량의 약 10%만 쌀가루로 대체(R-10 정책)할 수 있다면 연간 약 20만톤의 쌀가루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은 밀가루 대체용 쌀가루가 약 1만톤에 불과한 실정이니 20만톤 즉 R-10 정책의 실현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은 자명해 진다. 쉽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으며 가능하면 우리 쌀을 원료로 이용하는 것이라면 강력히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쌀가루 시장 확대 정책 맞지만…
쌀가루가 밀가루의 10%를 대체할 경우 연간 업계의 원가부담 절감 650억원, 밀 수입 대체 효과 545억원, 재정손실(보관료 등) 감소 656억원 등의 이익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기존의 대규모 밀가루 제분회사인 CJ제일제당, 대한제분, 한국제분 등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빠른 시일내에 뭔가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들 대기업의 참여를 원하는지 모르지만 밀가루 제분뿐만 아니라 쌀가루 제분까지도 이들 대규모 밀가루 제분업자에게 독과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일본도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쌀 소비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쌀가루 생산과 소비를 위해 우리와 같이 R-10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밀가루 소비량 500만톤중 10%인 50만톤의 쌀가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것은 기존의 대규모 밀가루 제분회사를 쌀가루제분에 끌어들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 쌀가루제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니가타제분이나 후지이쇼텐제분 등의 쌀가루제분회사는 대부분 지역밀착형 쌀 도정 및 제분업체들로서 지역의 쌀생산농가들과 계약생산을 통하여 쌀가루 생산과 쌀 도정을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밀가루 제분회사 배제를
일본정부도 이들 쌀 도정·제분업자들에게 필요하면 시설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쌀 생산농가들에게는 2009년부터 쌀가공용 신규수요개발품종을 재배할 경우에는 1ha당 중앙정부가 80만엔(약1040만원), 지방정부(니가타현)가 20만엔(약260만원) 등 1ha당 총 100만엔(1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신규수요개발품종이 아니더라도 1ha당 20만엔(약2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쌀생산농가들에게 쌀가공용품종을 재배할 경우에 특별히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결국 쌀가루제분업체들에게 생산농가들이 계약재배를 통하여 원료쌀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쌀가루제분회사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쌀생산농가와 지역의 쌀가루제분회사 모두에게 이득이 가고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이득이 가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과 연계되지 못한 대규모 밀가루제분업계는 뛰어 들 수 없는 구조다.
농가·농촌경제에 도움되게 해야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새로운 쌀가루제분공장은 기존의 밀가루제분공장이 아니라 쌀생산농가와 연계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농촌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농촌지역밀착형이어야 하며, 지역에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성이 있는 업체의 참여를 통하여 달성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정부가 쌀가루 시장 확대를 위하여 제분기술은 물론 쌀가루용 쌀품종개발에 막대한 R&D자금을 투입할 뿐만 아니라 시설자금융자, 가공용 쌀 저가공급, 쌀가공식품 소비진작을 위한 공공급식확대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그 정책의 혜택이 자칫 농가나 농촌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밀가루제분업계에게 쌀가루제분까지 독과점체제를 허용하는 꼴이며, 궁극적인 목적인 쌀소비활성화와 쌀생산기반유지, 쌀생산농가의 안정적 소득보장, 나아가서는 식량안보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3월11일자 (제22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