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OP

재단칼럼

    전농 20주년에 바란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0:57
    • 조회 390
    전농 20주년에 바란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전농의 기여는 컸다. 그러나 그동안 수입개방 확대와 구조개선 농정 등 신자유주의 정책과 외환위기와 현재 세계경제위기의 여파로 농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고 농민운동의 조직력과 투쟁력도 약화되었다. 

    쌀 문제 해결·대형마트 대응 시급

    농업 농민문제의 현재 상황을 보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세계식량위기의 심화와 식량자급도의 하락으로 위협받고 있고, 빈집이 늘어가는 농촌마을은 편한 휴식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농민의 입장에서는 쌀이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폭락하고, 채소나 과일도 과잉생산 속에서 대형마트의 가격 후려치기 횡포를 당해 농업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농촌에서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아 저항과 혁신의 활력도 소진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민운동의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쌀 과잉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현재 74kg로 감소한 밥쌀용 쌀 소비 감소를 되돌려야 한다. 비만인구비율이 30%를 넘을 정도로 심각해졌는데 건강에 유익한 한국식 식생활을 위해서 학교급식과 직장급식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에게 쌀 구입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조용 등 가공용 쌀 소비도 확대해야 한다. 휴경제 등으로 쌀생산을 줄이되 콩이나 고구마 등 다른 식량작물 재배로 전환하여 식량자급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대형마트의 농산물유통시장 지배력에 대항하기 위해 농민의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 이것은 협동조합을 통한 공동 판매로 대처하는 길 뿐이다. 영농조합법인을 통하든, 기존 농업협동조합의 혁신을 통해서든 농민운동이 해내야 할 사활적 과제다. 진주 우리영농조합법인의 성과를 기반으로 출범하여 큰 기대를 모았던 전농 경제협동사업위원회의 활동이 그후 잘 진척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전농 회원이 주도하는 영농조합법인 사업은 전농의 활동자금 지원을 위한 경제사업이 아니라 유통 독점자본에 대한 농민의 대항력을 높이는 진정한 협동조합운동이 되어야 한다. 사업 내용도 농자재와 유류 등의 공동구매사업에 머물 것이 아니라 농산물 판매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다. 기존 농협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신경분리를 추진해나가면서도 농민회원 출신이 조합장으로 당선된 회원농협에서 진정한 농협운영의 모델을 창출해나가야 한다.  

    직불제 확대, 보육·교육 지원 필요

    농업소득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다양한 직접지불제를 확대하여 농가소득을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지불제 확대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농촌에는 영농규모가 크지 않은 노령농가가 많은데 노후 불안으로 자살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다 향후 은퇴 노령층의 귀향이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노령 농민층의 인간다운 생활수준 보장은 농민운동의 핵심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농민운동의 주체역량이 약화되어가는 속에서 농민운동의 참여와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노령 영세농가 복지 확충사업의 하나로 에너지 복지사업을 들 수 있다. 농촌의 노후주택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리모델링하는데 융자와 보조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농촌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화사업은 에너지 빈곤층이 보다 적은 생활비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그만큼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고,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녹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연금을 들지 못한 농촌노인들에게 기초연금에 추가한 농촌연금 급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젊은층이 농촌에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보육, 교육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도시에 있는 대학에 보내면 등록금과 주거비 생활비를 합쳐서 1명당 1년에 1500만원 내지 2000만원이나 든다. 통학 가능한 거주지역 소재 대학에 보내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도록 하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지역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분과위 설치…주체적 역량 강화를

    농민운동이 이러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으려면 주체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작목별, 과제별, 계층별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전국적으로 수세폐지대책위원회 활동을 펼친 결과 여당 대선후보로부터 수세 50% 인하 공약을 이끌어낸 경험을 되살려, ‘노령농가 사회보장대책위원회’ 등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운동의 현명한 대처로 농업 농촌의 위기 해결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2월18일자 (제22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