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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투기·전용 부추기는 농지법 개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0:49
    • 조회 394
    투기·전용 부추기는 농지법 개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해 5월에 개정된 농지법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평균경사율이 15% 이상인 농지로서 농업진흥지역 밖 읍·면지역의 집단화 규모가 2만㎡ 미만인 농지를 ‘영농여건 불리농지’로 시장 군수가 고시하도록 했다. 영농여건 불리농지에 대해서는 소유제한이 완화되어 비농업인도 소유하여 직접 농사짓거나 임대할 수 있으며, 농지전용시 허가대신 신고로 가능하다. 한계농지의 규모는 20만ha로 추정되고 여기에 계획관리 및 자연녹지 농지 47만ha를 합치면 총 67만ha의 농지가 전용될 수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에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된 보고서에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점유의 개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행 농지법은 예외적으로 농지임대차를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임차농지의 비중이 전체 농지의 43%를 차지하고 임차농가의 비율이 60% 이상이며, 일부 표본지역 실태조사에 의하면 비합법적 농지소유 면적이 20%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경작자의 점유권을 강화하면서 농지소유 자격제한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농지제도를 변화시켜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지 소유 자격제한 철폐 ‘위험’

    이러한 농지제도 변화 방향은 농지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농지투기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다. 정부는 한계농지는 현실적으로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팔 수도 없어 민원 제기가 많아서 제한적으로 비농업인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농여건 불리농지의 비농민 소유를 허용하고 전용을 신고제로 변경하게 되면 무분별한 농지전용을 불러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농지가격은 전용이 되었을 경우 2-3배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전용 기대가 높더라도 많은 농지가 전용되기는 어려울 터이므로 막대한 한계농지가 휴경되거나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경작 농민의 점유권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비농민 소유를 허용한다고 하지만, 임차농가의 안정적 경영을 보장하는 것은 실제로 어렵다. 농지소유자는 장기 임대를 하면 소유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여 임차인을 변경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합법적 농지소유를 단속하는 것만큼이나 비합법적, 탈법적인 임차농 변경 단속은 어려울 것이다.   

    무분별한 농지전용 막을길 없어

    농지소유제한 철폐와 전용규제 완화는 농업 소외와 도시 토지투기가 함께 빚어낸 잘못된 방향이다. 도시에서 창궐하는 토지투기를 농지로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농지법의 존재이유를 무시하고 민법으로 농지를 다루려는 것이다. 이런 농지법 개정은 농업과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실 많은 노령농가는 농지소유와 전용규제를 완화 내지 폐지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노령농가의 목소리는 농업을 떠날 사람의 바람이지 진정한 농민의 요구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농업에 의욕을 가지는 젊은 농가의 영농규모 확대 의지를 무너뜨린다. 
    농지전용을 촉진하는 것은 세계적인 식량위기 심화 상황과도 맞지 않다. 최근 농작물 추출 유류식량재고 감소를 기화로 미국의 농지가격은 2000년 에이커당 1000달러에서 2008년 2300달러로 상승했고, 브라질에서도 2009년 농지가격이 2004년에 비해 40%나 상승했다. 국제 밀 가격의 폭등으로 수입밀과 국산밀의 가격차이가 3-4배에서 1.5배 정도로 적어지자 우리밀 재배면적이 2008년 2549ha에서 2010년 1만2천ha로 크게 늘어났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놀리는 농지를 활용해 식량자급률을 올리기 위해 밀 재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정부의 농지법 개정 움직임은 이러한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확대해야

    식량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농지도 확보하고, 영농여건 불리농지 소유 농민의 불만도 해소하는 방법은 우선 조건불리지역 직접지불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농민의 소득을 보장해줌으로써 농민들의 농지 전용 요구를 완화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는 만연된 도시 토지주택 투기를 억제하여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PD수첩>;이 판교 아파트 단지의 897세대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근저당 설정 가구수는 78.6%, 평균 채권 최고액은 3억5천80만원, 5억원 이상 근저당 가구는 111세대, 소유자 실거주 비율은 28.4%였다. 투기를 방치한 결과 한국의 토지주택가격은 국민들의 소득으로 감당하기에는 이미 너무 올랐다. 2009년 6월 현재 연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전국이 5.2배, 서울이 12.1배로 유엔주거권회의에서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는 3-5배에 비해 훨씬 높다. 1가구 1주택소유 법제화, 공공주택 중심 주택공급, 빈곤층 주거보조금 지급, 임대료 상승 통제 등 토지와 주택에 공적 소유와 거래를 확대하면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1월21일자 (제2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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