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몸집불리기가 농협개혁? | 박진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0:48
- 조회 379
중앙회 몸집불리기가 농협개혁?
| 박진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연말 “농민을 위해 일해야 할 농협이 금융사업에서 몇 조원씩 벌어 사고나 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로 촉발된 농협중앙회 개혁이 드디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던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2011년까지 2개의 지주회사(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곧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자, 과연 이번에는 농협중앙회의 제대로 된 개혁을 보게 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답은 단연코 ‘노’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신·경 분리)는 문민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농정개혁의 핵심과제다. 참여정부까지 논의 과정의 시말을 보면, 먼저 농협중앙회장이 사고를 치고, 대통령이 질타하면, 농협중앙회는 반성문을 써 급한 위기를 모면하고, 농림부는 서둘러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개혁을 할 것처럼 법석을 떨고, 농협중앙회는 각종 수단을 동원하여 근본 개혁을 막는다. 결말은 언제나 농협중앙회 ‘생각대로’ 중앙회를 위한 ‘개혁’으로 끝났다. 엠비 정부의 농협중앙회 개혁의 전말도 판박이라고 할 만큼 이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농식품부의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방안에 대해 밑그림을 그려온 농식품부 농협개혁위원회(농개위)는 “위원회가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암묵적인 담합에 농락당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식품부의 사업구조 개편안이 농협중앙회 개혁 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점이다. 원래 농협 개혁이 제기된 근본 원인은 농협중앙회 자체 사업, 그것도 신용사업 중심 조직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회 조직으로 재편하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할 것이 요구되었다.
농식품부의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은 농협중앙회 자체 사업(특히 금융업)의 효율화 방안이다. 현행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고 엔에이치(NH)경제와 엔에이치금융을 거느리는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해서 농협중앙회가 중앙회 자체를 위한 조직이라는 데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만 현행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 부문은 별도 법인인 엔에이치금융으로 독립함으로써 그동안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경제사업이나 지도사업에 지원하던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또 분리에 필요한 추가 자본금 9조6000억원 가운데 6조원을 정부가 조건 없이 출연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먹튀 논란’은 현실이 되고, 이는 농민조합원 누구도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행 중앙회의 사업이 지주회사-자회사라는 주식회사 체제로 전면 전환되면 사업을 둘러싼 중앙회의 자회사와 회원조합의 경합·갈등이 지금보다 훨씬 증폭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농협중앙회가 문제가 많다고 해서 시작한 개혁 논의가 농협중앙회 사업의 합리화를 위해 국민 세금으로 수조원의 돈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면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솔직히 농협중앙회 처지에서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지 않고 현행대로 있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정부가 6조원이라는 엄청난 지원을 한다면 굳이 사업구조 개편을 반대할 이유도 없다. 농협중앙회가 꽃놀이패를 쥔 형상이다. 농협중앙회 개혁 논의가 다시 한번 농협중앙회 몸집 불리기로 끝날 것인가.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의 결탁으로 만들어진 최악의 개혁방안(지주회사방안)을 국회가 근본적으로 바로잡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는 농협중앙회를 위한 현행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 조직으로, 즉 교육·지도·농정활동을 담당하는 연합회(중앙회),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출처-한겨레 2009-12-07
| 박진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연말 “농민을 위해 일해야 할 농협이 금융사업에서 몇 조원씩 벌어 사고나 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로 촉발된 농협중앙회 개혁이 드디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던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2011년까지 2개의 지주회사(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곧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자, 과연 이번에는 농협중앙회의 제대로 된 개혁을 보게 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답은 단연코 ‘노’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신·경 분리)는 문민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농정개혁의 핵심과제다. 참여정부까지 논의 과정의 시말을 보면, 먼저 농협중앙회장이 사고를 치고, 대통령이 질타하면, 농협중앙회는 반성문을 써 급한 위기를 모면하고, 농림부는 서둘러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개혁을 할 것처럼 법석을 떨고, 농협중앙회는 각종 수단을 동원하여 근본 개혁을 막는다. 결말은 언제나 농협중앙회 ‘생각대로’ 중앙회를 위한 ‘개혁’으로 끝났다. 엠비 정부의 농협중앙회 개혁의 전말도 판박이라고 할 만큼 이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농식품부의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방안에 대해 밑그림을 그려온 농식품부 농협개혁위원회(농개위)는 “위원회가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암묵적인 담합에 농락당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식품부의 사업구조 개편안이 농협중앙회 개혁 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점이다. 원래 농협 개혁이 제기된 근본 원인은 농협중앙회 자체 사업, 그것도 신용사업 중심 조직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회 조직으로 재편하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할 것이 요구되었다.
농식품부의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은 농협중앙회 자체 사업(특히 금융업)의 효율화 방안이다. 현행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고 엔에이치(NH)경제와 엔에이치금융을 거느리는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해서 농협중앙회가 중앙회 자체를 위한 조직이라는 데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만 현행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 부문은 별도 법인인 엔에이치금융으로 독립함으로써 그동안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경제사업이나 지도사업에 지원하던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또 분리에 필요한 추가 자본금 9조6000억원 가운데 6조원을 정부가 조건 없이 출연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먹튀 논란’은 현실이 되고, 이는 농민조합원 누구도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행 중앙회의 사업이 지주회사-자회사라는 주식회사 체제로 전면 전환되면 사업을 둘러싼 중앙회의 자회사와 회원조합의 경합·갈등이 지금보다 훨씬 증폭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농협중앙회가 문제가 많다고 해서 시작한 개혁 논의가 농협중앙회 사업의 합리화를 위해 국민 세금으로 수조원의 돈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면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솔직히 농협중앙회 처지에서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지 않고 현행대로 있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정부가 6조원이라는 엄청난 지원을 한다면 굳이 사업구조 개편을 반대할 이유도 없다. 농협중앙회가 꽃놀이패를 쥔 형상이다. 농협중앙회 개혁 논의가 다시 한번 농협중앙회 몸집 불리기로 끝날 것인가.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의 결탁으로 만들어진 최악의 개혁방안(지주회사방안)을 국회가 근본적으로 바로잡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는 농협중앙회를 위한 현행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 조직으로, 즉 교육·지도·농정활동을 담당하는 연합회(중앙회),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출처-한겨레 20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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