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농정, 탈출구는 없는가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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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농정, 탈출구는 없는가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올해 쌀 생산량이 사상 최고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기록함으로써 지난해를 웃도는 491만6,000t에 이른 것으로 발표됐다. 이로 인해 작년 대비 10% 이상 하락한 산지 쌀값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평년작을 넘는 34만t을 추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등의 사후대책에 분주하다. 그러나 쌀값 급락에 대한 생산 농업인들의 분노는 벼논 갈아엎기와 벼 야적시위에 이어 전국농민대회의 개최로 확산되고 있다.
최대 현안인 농협개혁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농협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이 지난달 28일 입법예고된 정부의 농협법개정안에 반발해 위원회의 자진해산을 선언했다. 농협중앙회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정부안과는 별개의 사업구조개편안을 가결했고, 뒤이어 농민단체와 농업관계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올바른 협동조합개혁 범국민연대’가 농협개혁위원회의 당초안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을 개시하는 등 매우 혼란스럽다.
민관합동 농어업선진화위원회는 지난 3월 출범해 7월까지 42개 과제에 대한 논의를 마쳤지만 그후 연말까지로 예정됐던 농어업금융체계 개편, 쌀 조기관세화, 농정시스템 효율성 제고 등 12개 중요 과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하지도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쌀관리 제도의 운영, 농협개혁 논의, 농정선진화를 위한 농식품부 주도의 협의기구 운영 등 농정분야의 핵심 현안들이 하나같이 심한 불협화음 내지 파열음을 내면서 순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관련 당사자들이 당면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쌀직불제가 모든 쌀농가의 소득보전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쌀문제의 핵심은 매년 2만t 남짓 늘어나는 의무수입물량(MMA)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관세화에 관한 진지한 논의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2015년 이후의 쌀산업 유지 발전에 모든 정책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엽적이며 기술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농협개혁문제의 핵심은 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에 앞서 중앙회와 정부, 중앙회와 회원조합 및 조합원간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데 있다. 농협의 위상이 제대로 설정될 때 현재의 농협 조직과 기능에서 빚어지는 근본적 문제들이 해소되고 자생적 농민조직으로서 새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개혁의 첫단추가 바르게 채워진다면 쟁점인 지주회사 개편시기, 자본금 배분, 상호금융의 위상 등 기술적 문제들은 어렵잖게 풀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정에 참여하는 다수의 주체들은 집단이기주의나 근시안적 자세에서 비롯된 개별이익의 추구에 앞서 운명공동체인 한국 농업의 백년대계를 위한 난국타개에 헌신한다는 투철한 역사의식과 겸허한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농정의 선진화에 불가결한 새로운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정립을 위해 사소한 눈앞의 이해관계를 넘어 열린 마음을 갖고 책임 있는 주체로 거듭나는 도덕적 무장이 요구된다. 개별집단간의 의견차를 극복하고 공유해야 할 최대공약수를 찾아 내 흔쾌히 합의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미래지향적 자세를 갖출 때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11월
출처: 농민신문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올해 쌀 생산량이 사상 최고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기록함으로써 지난해를 웃도는 491만6,000t에 이른 것으로 발표됐다. 이로 인해 작년 대비 10% 이상 하락한 산지 쌀값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평년작을 넘는 34만t을 추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등의 사후대책에 분주하다. 그러나 쌀값 급락에 대한 생산 농업인들의 분노는 벼논 갈아엎기와 벼 야적시위에 이어 전국농민대회의 개최로 확산되고 있다.
최대 현안인 농협개혁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농협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이 지난달 28일 입법예고된 정부의 농협법개정안에 반발해 위원회의 자진해산을 선언했다. 농협중앙회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정부안과는 별개의 사업구조개편안을 가결했고, 뒤이어 농민단체와 농업관계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올바른 협동조합개혁 범국민연대’가 농협개혁위원회의 당초안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을 개시하는 등 매우 혼란스럽다.
민관합동 농어업선진화위원회는 지난 3월 출범해 7월까지 42개 과제에 대한 논의를 마쳤지만 그후 연말까지로 예정됐던 농어업금융체계 개편, 쌀 조기관세화, 농정시스템 효율성 제고 등 12개 중요 과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하지도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쌀관리 제도의 운영, 농협개혁 논의, 농정선진화를 위한 농식품부 주도의 협의기구 운영 등 농정분야의 핵심 현안들이 하나같이 심한 불협화음 내지 파열음을 내면서 순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관련 당사자들이 당면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쌀직불제가 모든 쌀농가의 소득보전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쌀문제의 핵심은 매년 2만t 남짓 늘어나는 의무수입물량(MMA)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관세화에 관한 진지한 논의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2015년 이후의 쌀산업 유지 발전에 모든 정책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엽적이며 기술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농협개혁문제의 핵심은 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에 앞서 중앙회와 정부, 중앙회와 회원조합 및 조합원간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데 있다. 농협의 위상이 제대로 설정될 때 현재의 농협 조직과 기능에서 빚어지는 근본적 문제들이 해소되고 자생적 농민조직으로서 새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개혁의 첫단추가 바르게 채워진다면 쟁점인 지주회사 개편시기, 자본금 배분, 상호금융의 위상 등 기술적 문제들은 어렵잖게 풀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정에 참여하는 다수의 주체들은 집단이기주의나 근시안적 자세에서 비롯된 개별이익의 추구에 앞서 운명공동체인 한국 농업의 백년대계를 위한 난국타개에 헌신한다는 투철한 역사의식과 겸허한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농정의 선진화에 불가결한 새로운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정립을 위해 사소한 눈앞의 이해관계를 넘어 열린 마음을 갖고 책임 있는 주체로 거듭나는 도덕적 무장이 요구된다. 개별집단간의 의견차를 극복하고 공유해야 할 최대공약수를 찾아 내 흔쾌히 합의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미래지향적 자세를 갖출 때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11월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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