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민간주도 독립기구에 맡겨야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0:43
- 조회 388
식품안전 민간주도 독립기구에 맡겨야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우리 사회는 그동안의 경제발전과 소득 증가 및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고품질 식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식품 소비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전체 식비에서 차지하는 외식비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식품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수입김치에서 기생충알 검출, 녹차에서 파라티온농약 검출, 스낵·참치통조림·수입냉동가공품에서 이물질 검출, 이유식에서 멜라민 검출 등 식품과 관련한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식품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식품 구매시 안전성을 최우선 순위 고려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응답소비자(복수응답)의 28%가 안전성을, 27%는 맛(품질)을, 25%는 원산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데 비해 20%는 가격을, 2%는 브랜드를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하고 있다.
계속되는 식품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소비자 불안과 관심의 고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현행 식품안전관리체계는 7개 부처, 26개 법률로 다원화돼 있어 식품위생행정의 통일성, 책임성, 신속성 및 효율성이 결여된 채 부처 간의 공조나 정보공유조차 어렵게 되어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분단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의 통합을 위해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독립기구로 식품안전처의 신설을 내용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강력한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폐지 반대론에 부딪혀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현 정부에 와서는 식품행정일원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간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08년 식품안전기본법이 제정되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관련 7개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설치·운영됨으로써 식품안전관리시스템 통합문제는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그러나 관련부처 장관들이 전원 포함되고 총리가 주재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부처 간의 타협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식품안전문제는 결국 신뢰의 문제이며 국민들 사이에는 정부 조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식품안전행정이 진정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등 국제기구들의 권고에 따라 ▲위험평가와 위험관리의 기능적 분리 ▲위험관리기관의 통합 ▲위험정보교류의 강화 등 정책방향을 우리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는 노력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농식품부와 식약청으로 분산된 위험평가기능을 별도의 독립기구로 통합해야 하며, 이 기구는 위험관리 담당부처의 입장과는 무관한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관리기능과 관련해서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의 일괄관리와 사전예방중심의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보편적 원칙에 입각한 제도 개편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모든 식품의 위험관리를 1개 부처로 일원화하는 단일기구체제(Single Agency System)보다는 위험관리기능 가운데서 집행기능을 제외한 정책결정 및 법령제정 등 정책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체계(Integrated System)의 방향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의 개편에 있어서는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의 역량과 책임을 중시하는 차원으로 민간전문가 중심의 위험평가기구 구성과 식품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식품안전관리 정책도 서비스 공급 기관의 행정편의 위주에서 탈피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비자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 부응해야 할 때이다.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우리 사회는 그동안의 경제발전과 소득 증가 및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고품질 식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식품 소비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전체 식비에서 차지하는 외식비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식품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수입김치에서 기생충알 검출, 녹차에서 파라티온농약 검출, 스낵·참치통조림·수입냉동가공품에서 이물질 검출, 이유식에서 멜라민 검출 등 식품과 관련한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식품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식품 구매시 안전성을 최우선 순위 고려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응답소비자(복수응답)의 28%가 안전성을, 27%는 맛(품질)을, 25%는 원산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데 비해 20%는 가격을, 2%는 브랜드를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하고 있다.
계속되는 식품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소비자 불안과 관심의 고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현행 식품안전관리체계는 7개 부처, 26개 법률로 다원화돼 있어 식품위생행정의 통일성, 책임성, 신속성 및 효율성이 결여된 채 부처 간의 공조나 정보공유조차 어렵게 되어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분단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의 통합을 위해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독립기구로 식품안전처의 신설을 내용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강력한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폐지 반대론에 부딪혀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현 정부에 와서는 식품행정일원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간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08년 식품안전기본법이 제정되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관련 7개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설치·운영됨으로써 식품안전관리시스템 통합문제는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그러나 관련부처 장관들이 전원 포함되고 총리가 주재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부처 간의 타협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식품안전문제는 결국 신뢰의 문제이며 국민들 사이에는 정부 조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식품안전행정이 진정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등 국제기구들의 권고에 따라 ▲위험평가와 위험관리의 기능적 분리 ▲위험관리기관의 통합 ▲위험정보교류의 강화 등 정책방향을 우리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는 노력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농식품부와 식약청으로 분산된 위험평가기능을 별도의 독립기구로 통합해야 하며, 이 기구는 위험관리 담당부처의 입장과는 무관한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관리기능과 관련해서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의 일괄관리와 사전예방중심의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보편적 원칙에 입각한 제도 개편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모든 식품의 위험관리를 1개 부처로 일원화하는 단일기구체제(Single Agency System)보다는 위험관리기능 가운데서 집행기능을 제외한 정책결정 및 법령제정 등 정책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체계(Integrated System)의 방향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의 개편에 있어서는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의 역량과 책임을 중시하는 차원으로 민간전문가 중심의 위험평가기구 구성과 식품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식품안전관리 정책도 서비스 공급 기관의 행정편의 위주에서 탈피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비자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 부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