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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단경기 산지쌀값 급락에 대한 해법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0:42
    • 조회 369
    단경기 산지쌀값 급락에 대한 해법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최근 급격한 산지 쌀값 하락으로 쌀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9월5일 현재 산지 쌀값이 80㎏당 14만8,000원을 밑돌아 지난해 수확기의 16만2,000원 대비 8.9%나 낮은 역계절진폭 현상이 나타나며 수확기를 앞둔 생산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도 쌀 수급안정을 위한 단기대책과 함께 농림수산식품부와 각 시·도에 ‘수급안정 특별상황실’을 설치·운영하는 등 비상조치를 강구중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수급안정대책은 지난해산 재고물량 중 10만t 매입·격리, 매입자금 확대를 통한 지난해 수준의 수확기 정부 매입량 유지,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업체들의 물량 흡수 확대를 위한 수탁판매 방식에 대한 지원 강화, 공공비축물량에 대한 정부 공매 중단, 정부 보유쌀의 주정·전분용 특별처분 등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이 가져올 수급 및 가격 안정 효과는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최근의 쌀값 하락 원인은 지난해의 대풍작, 계속되는 소비 감소 추세, 대북지원 중단, 의무수입물량(MMA)의 지속적 증가 등이다. 그러나 예년에 없던 특이사항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풍작이었던 지난 2001년과 2004년에는 수확기 쌀값이 직전 연도보다 하락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평년작 대비 21만t이 증산됐음에도 수확기 산지 쌀값이 오히려 공급량이 부족했던 2007년산보다 8.1%나 높게 형성됐다는 점이다.
    수확기 산지 쌀값 형성은 RPC간 협의에 기초해 제시되는 매입가격이 기준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RPC의 대부분이 농협RPC이고, 수확기가 빠른 중부지방에서 협의된 매입가격이 가격 선도 기능을 함으로써 전국 산지 쌀값의 기준을 이루는 가격 형성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틀 속에서 가령 비경제적 요인이 생기면 성립된 협의가격이 시장 수급을 적절히 반영하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풍년의 이례적 수확기 쌀값 상승이 생산자와 산지유통업체의 최종적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는 데에 있다. 올 수확기를 앞둔 생산자들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의 우려 때문에 홍수출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며, 지난해 수확기의 고가 매입과 단경기의 가격 하락으로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된 산지유통업체들은 똑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농가소득의 관점에서는 현재의 목표가격 수준과 소득보전 직불제 아래 쌀가격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직불금을 합친 총수입은 별로 감소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 수확기 쌀값에 지나치게 민감할 이유가 없다. 현행 목표가격이 17만83원인 상황에서 가령 산지 쌀값이 15만원으로 하락하더라도 직불을 포함한 농가수취액은 16만7,000원으로 목표가격의 98.2%를 보상 받게 돼 있다.
    그러면 현재의 쌀 정책체계에서 합리적인 수확기 산지 쌀값 형성을 통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방도는 없을까. 하나의 대안은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쌀가격 형성기구와 같은 경매 방식을 통한 투명한 참조가격(reference price)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다. 시장거래물량의 5~10%만 공개경매하더라도 시장가격 형성의 왜곡을 방지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생산자에 대한 소득보전 직불제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인위적 시장왜곡으로 인한 경영책임은 전적으로 유통업체에 맡기고 정부의 재량적 개입·지원을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