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자동관세화 개방론의 망령 |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0:42
- 조회 375
쌀 자동관세화 개방론의 망령
|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최근 쌀 시장의 조기 개방문제가 농정의 큰 이슈로 등장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쌀 시장을 관세화에 의해 조기에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제 쌀 가격이 올라 있고, 관세도 400% 정도 메길 수 있어 추가적 쌀 수입은 없을 것이며, 의무수입물량을 매년 10만톤씩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중요한 정책결정 시기마다 등장
이러한 조기관세화개방 논리를 반박하려는 것은 아니다. 동의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주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패배주의와 사대주의 근성이다. 그것은 2014년 이후에는 무조건 쌀 시장은 관세화에 의해 개방된다는 소위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이며, 협상이 진행되거나 중요한 정책결정의 시기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자동관세화개방론의 망령’이다.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은 정부와 일부 관변학자들에 의해 이미 2004년 쌀 재협상 때도 등장했었다. 당시 쌀 재협상과정에서 만약 2004년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005년 1월1일부터는 무조건 쌀시장은 관세화에 의해 개방된다는 논리였다. 협상하다가 타결이 안 되면 무조건 관세화 개방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 상대국이 협상을 천천히 끌다가 2004년 12월만 넘기면 우리의 쌀시장이 개방된다는 논리였으니 협상도 안 해보고 백기를 든 형국 이였다. 그런 협상이 잘 될 리가 없다.
2015년 시장개방논리 허점 많아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 자동관세화개방론자들은 그들 스스로도 잘못되었음을 인정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백일하에 밝혀졌다. 당시 쌀 재협상은 2004년 12월 말까지도 당시 우리와 협상하고 있던 9개국 중 중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이집트 등과는 완전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2005년까지 넘어 갔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금 지체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사실과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융통성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일부 관변학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하여 줄기차게 자동관세화론을 주창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씁쓸하게도 지금 또 다시 정부와 일부 관변학자들을 중심으로 2014년 이후가 되면 무조건 관세화에 의해 쌀시장은 개방된다는 소위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을 주창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나 관변 학자들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을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무조건 2015년부터 관세화에 의해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한 이적행위이다. 많은 개연성과 상황변화를 염두에 두고 신중히 접근하고 협상전략을 지금부터 짜야할 시점에 또 다시 자동관세화개방론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심히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이후에도 무조건 쌀시장이 관세화에 의해 개방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04년 쌀 재협상 시 2014년 이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를 무조건 관세화 개방으로 간다고만 해석하는 것도 옳지 않으며, 국제협상에서 확정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 하며 서로 양해만 되면 협상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또한 DDA협상이 결렬되어 있기 때문에 두 번씩이나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고, 미리 쌀시장을 개방하면 DDA협상에서 개도국 지위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쌀 보호·협상전략 수립에 집중을
따라서 쌀 시장개방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신중론자들이 우려하는 조건들을 해소시켜 나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 관세화 개방 논의보다 더 시급한 것은 쌀 농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중장기 목표와 비전을 설정해야 하는 일이다. 목표와 비전을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 주체들, 즉 농민, 농협, 민간유통주체, 정부, 소비자 등이 해야 할 일들을 설정하는 일이 더 급하다. 쌀 농업의 중장기 목표와 비전은 쌀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이 이루어 질 경우를 대비하되, 식량 안보와 식량주권을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최대한 논을 유지 보존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살리는 지속가능한 쌀 농업의 유지겙饔쩜潔杵?하며, 쌀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안해야 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이러한 논의를 먼저 진행시키면서 쌀 시장 개방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순서이다.
지금 현 단계에서 쌀 시장 개방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도 마땅치 않지만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을 우리 정부와 관변경제학자들이 주창하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
|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최근 쌀 시장의 조기 개방문제가 농정의 큰 이슈로 등장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쌀 시장을 관세화에 의해 조기에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제 쌀 가격이 올라 있고, 관세도 400% 정도 메길 수 있어 추가적 쌀 수입은 없을 것이며, 의무수입물량을 매년 10만톤씩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중요한 정책결정 시기마다 등장
이러한 조기관세화개방 논리를 반박하려는 것은 아니다. 동의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주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패배주의와 사대주의 근성이다. 그것은 2014년 이후에는 무조건 쌀 시장은 관세화에 의해 개방된다는 소위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이며, 협상이 진행되거나 중요한 정책결정의 시기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자동관세화개방론의 망령’이다.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은 정부와 일부 관변학자들에 의해 이미 2004년 쌀 재협상 때도 등장했었다. 당시 쌀 재협상과정에서 만약 2004년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005년 1월1일부터는 무조건 쌀시장은 관세화에 의해 개방된다는 논리였다. 협상하다가 타결이 안 되면 무조건 관세화 개방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 상대국이 협상을 천천히 끌다가 2004년 12월만 넘기면 우리의 쌀시장이 개방된다는 논리였으니 협상도 안 해보고 백기를 든 형국 이였다. 그런 협상이 잘 될 리가 없다.
2015년 시장개방논리 허점 많아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 자동관세화개방론자들은 그들 스스로도 잘못되었음을 인정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백일하에 밝혀졌다. 당시 쌀 재협상은 2004년 12월 말까지도 당시 우리와 협상하고 있던 9개국 중 중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이집트 등과는 완전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2005년까지 넘어 갔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금 지체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사실과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융통성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일부 관변학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하여 줄기차게 자동관세화론을 주창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씁쓸하게도 지금 또 다시 정부와 일부 관변학자들을 중심으로 2014년 이후가 되면 무조건 관세화에 의해 쌀시장은 개방된다는 소위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을 주창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나 관변 학자들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을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무조건 2015년부터 관세화에 의해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한 이적행위이다. 많은 개연성과 상황변화를 염두에 두고 신중히 접근하고 협상전략을 지금부터 짜야할 시점에 또 다시 자동관세화개방론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심히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이후에도 무조건 쌀시장이 관세화에 의해 개방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04년 쌀 재협상 시 2014년 이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를 무조건 관세화 개방으로 간다고만 해석하는 것도 옳지 않으며, 국제협상에서 확정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 하며 서로 양해만 되면 협상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또한 DDA협상이 결렬되어 있기 때문에 두 번씩이나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고, 미리 쌀시장을 개방하면 DDA협상에서 개도국 지위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쌀 보호·협상전략 수립에 집중을
따라서 쌀 시장개방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신중론자들이 우려하는 조건들을 해소시켜 나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 관세화 개방 논의보다 더 시급한 것은 쌀 농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중장기 목표와 비전을 설정해야 하는 일이다. 목표와 비전을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 주체들, 즉 농민, 농협, 민간유통주체, 정부, 소비자 등이 해야 할 일들을 설정하는 일이 더 급하다. 쌀 농업의 중장기 목표와 비전은 쌀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이 이루어 질 경우를 대비하되, 식량 안보와 식량주권을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최대한 논을 유지 보존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살리는 지속가능한 쌀 농업의 유지겙饔쩜潔杵?하며, 쌀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안해야 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이러한 논의를 먼저 진행시키면서 쌀 시장 개방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순서이다.
지금 현 단계에서 쌀 시장 개방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도 마땅치 않지만 쌀 자동관세화개방론을 우리 정부와 관변경제학자들이 주창하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