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되고 있는 한국의 山河 |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 지역재단 고문
- 작성일2020/03/05 10:41
- 조회 411
변질되고 있는 한국의 山河
|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 지역재단 고문
올 여름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잦은 폭염과 열대야(熱帶夜)에 유난히 시끄러운 벌레들이 들끓어 세분의 위대한 지도자를 연달아 잃고 가뜩이나 실의에 빠진 민초들의 심사를 여간 어지럽히지 않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혐오스럽고 낯선 이 주황날개의 벌레 이름은 속칭 ‘중국 꽃매미’로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활엽수, 특히 포도나무 수액을 빨아 먹고 산다. 2006년에 그 발생면적이 1헥타르로 보고되는가 했더니 갑자기 올해엔 그 수가 수백배로 증식되었다. 정부는 산림과 과수원의 돌발 피해현상을 막으려 올해 살충제등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그런가 하면, 최근 남해안 일대에서는 수달과 비슷한 몸체의 뉴트리아라는 외래동물(일종의 鼠類)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여 감자 밭을 해치고 하천과 제방에 구멍을 내는 등 수변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미 전국의 산하엔 이런저런 이유로 도입된 베스나 황소개구리, 붉은 가재, 블루길, 월남 붕어 등 수백종의 외래동물들이 크게 번성하여 각종 질병을 일으키거나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토종 벌은 서양 벌들에게 좋은 밀원을 빼앗기고 산골로 철수한지 오래이다.
생태교란 내지 파괴를 일으키고 있는 외래식물 역시 부지기수이다. 전국의 산야와 수변에 마구 퍼져나며 토종 식물과 주요 작물 심지어 인체에 까지 해를 끼치고 있다. 낯이 익은지 오래인 외래식물로부터 최근에 새로이 침입한 잡초 등에 이르기까지 얼추 300여종이 넘는다. 피부병을 일으키는 돼지풀, 고유 수종을 고사시키는 가시박, 도깨비가지, 이미 우리나라에 귀화한 듯 행세하는 서양금혼초, 양미역취, 미국미역취 등은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서양 등골나무,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미국쑥부쟁이 등은 벌써부터 터주대감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고유의 풀과 꽃(自生花)과 나무들은 자꾸 사라지거나 심산궁곡으로 쫓겨 가고 있다.
전 국토에 수백여 외래동식물 활개
이와 같이 한국의 산하(山河)가 시나브로 외래 동식물로 뒤덮이고 아름답던 삼천리 금수강산(錦繡江山)의 생태계가 교란을 일으키고 있는 현상은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불찰이요, 잘못이다. 물론 그 폐해는 우리 뒤를 이어, 오고 또 올 후손들의 몫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우리 눈앞에 더욱 무서운, 아니 아주 무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토의 성분과 성질이 크게 변질될지 모를 엄청난 변화가 ‘인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억년 전 지구상에 한반도가 생성된 이래 땅(흙과 물과 공기) 속에서 또는 식물 뿌리, 잎, 유기물 중에서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 온 미생물계(微生物界)가 천지개벽(天地開闢),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를 예고하기 시작했다. 토착 미생물이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버섯, 조류(藻類) 등으로 이 땅의 자연상태에 존재하면서 한반도 생태계와 동식물 및 인체의 생명활동에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한국적인 특성을 보지(保持)케한 일등공신이다.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을 뿐, 이들 유익한 미생물이 있음으로 해서 이 땅에서 만5천년 이상 자연 유기농사가 가능했고, 세계적으로 한국이 자랑하는 김치 등 발효식품 문화가 꽃피웠으며, 각종 질병과 병해충으로부터 ‘건강한 나라(Healthy Country: 하멜의 표류기)’로 우리 선조들과 후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탱할 수 있었다. 반면, 해로운 미생물이 득세하는 경우 각종 질병과 농사피해 인명 피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5천년 기록 역사를 볼 때 그리고 전 지구상에 7천여만의 한민족이 번성하고 있음을 볼 때 천우신조, 순풍순우, 천지조화 덕분에 우리나라 토착 미생물들은 후자의 기능과 역할보다는 전자(前者)의 기여가 월등했음을 알 수 있다.
수입 미생물농약까지 무차별 침투
그런데 이 땅에 현대적 유기농법이 다시 부활하면서 이윤극대화의 상업주의 마수가 뻗치고 있다. 환경생태계가 전혀 다른 곳에서 생성된 외래 미생물 농약이 버젓이 외제 이름을 달고 정부의 비호아래 한국의 산하에 침투하고 있다. 세계 유기농협회(IFOAM)나 쿠바의 유기농 교범에도 엄연히 화학제 농약 대신 미생물을 이용하여 병해충을 방제하려 할 경우 반드시 자기 농장에서 채취 배양한 미생물 농약을 사용할 것을 적극, 그리고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그것이 유기농법의 제1과 제1조이다. 자기 농장에서 미생물을 채취하여 사용하지 못할 사정 하에서는 최소한 동일 지역 유사한 농장에서 채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상업주의는 그 원칙을 무시한다.
주지하듯, 토착 미생물 농약 또는 생물농약(Bio Pesticides)이란 앞서 든 한국 산야의 각종 미생물과 천연물 또는 천적을 활용하여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병해충을 억제하며 각종 영양소로 농작물 생장을 촉진하고 안전하며 항생기능을 갖는 농작물의 생산을 돕는다. 즉, 직접적인 방제 효과는 물론 식물들의 자체 방어시스템을 가동시켜 준다. 토착 미생물 농약은 종종 효과가 낮을 수 있고 균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있으나 환경생태계 오염 등 부작용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 토양생태계 악영향 우려
지금 농촌진흥청에 등록된 미생물농약은 30여종에 이른다. 농림부도 올해부터 미생물농약에 대하여 농업인이 구매 사용할 경우 국고보조를 하기 시작했다. 진흥청에 등록하지 않고 각지의 유기농업인들이 자체적으로 자기 농장에서 제조 이용하는 자가 미생물농약도 상당수이다. 문제는 돈벌이가 된다고 외국으로부터 미생물농약 원제를 직수입하여 라벨만 바꾸거나 한글로 표기하여 무분별하게 전국에 왕성하게 퍼뜨리고 있는 관행 농약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여 외국 토양에서 채취 배양한 미생물들을 환경생태계가 전혀 다른 우리나라 토양에 인위적으로 이식시키고 있는데 그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외래 동식물의 사례에서 보듯, 토착 미생물들을 우리 땅에서 몰아내고 외국(異種) 미생물들이 우리 국토의 주인 노릇을 할 날이 곧 찾아올지 모른다. 그 악영향, 그 피해, 그 엄청난 파급효과는 상상하기도 무섭다. 아무도 그 영향을 분석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 국토가 변질 변성되고서야 어찌 이 땅의 생명체가 온전하길 바랄 수 있을 것일까. 옛 말대로 “어리석은 자는 피해를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린다.”일까.
*2009년 글
|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 지역재단 고문
올 여름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잦은 폭염과 열대야(熱帶夜)에 유난히 시끄러운 벌레들이 들끓어 세분의 위대한 지도자를 연달아 잃고 가뜩이나 실의에 빠진 민초들의 심사를 여간 어지럽히지 않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혐오스럽고 낯선 이 주황날개의 벌레 이름은 속칭 ‘중국 꽃매미’로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활엽수, 특히 포도나무 수액을 빨아 먹고 산다. 2006년에 그 발생면적이 1헥타르로 보고되는가 했더니 갑자기 올해엔 그 수가 수백배로 증식되었다. 정부는 산림과 과수원의 돌발 피해현상을 막으려 올해 살충제등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그런가 하면, 최근 남해안 일대에서는 수달과 비슷한 몸체의 뉴트리아라는 외래동물(일종의 鼠類)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여 감자 밭을 해치고 하천과 제방에 구멍을 내는 등 수변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미 전국의 산하엔 이런저런 이유로 도입된 베스나 황소개구리, 붉은 가재, 블루길, 월남 붕어 등 수백종의 외래동물들이 크게 번성하여 각종 질병을 일으키거나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토종 벌은 서양 벌들에게 좋은 밀원을 빼앗기고 산골로 철수한지 오래이다.
생태교란 내지 파괴를 일으키고 있는 외래식물 역시 부지기수이다. 전국의 산야와 수변에 마구 퍼져나며 토종 식물과 주요 작물 심지어 인체에 까지 해를 끼치고 있다. 낯이 익은지 오래인 외래식물로부터 최근에 새로이 침입한 잡초 등에 이르기까지 얼추 300여종이 넘는다. 피부병을 일으키는 돼지풀, 고유 수종을 고사시키는 가시박, 도깨비가지, 이미 우리나라에 귀화한 듯 행세하는 서양금혼초, 양미역취, 미국미역취 등은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서양 등골나무,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미국쑥부쟁이 등은 벌써부터 터주대감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고유의 풀과 꽃(自生花)과 나무들은 자꾸 사라지거나 심산궁곡으로 쫓겨 가고 있다.
전 국토에 수백여 외래동식물 활개
이와 같이 한국의 산하(山河)가 시나브로 외래 동식물로 뒤덮이고 아름답던 삼천리 금수강산(錦繡江山)의 생태계가 교란을 일으키고 있는 현상은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불찰이요, 잘못이다. 물론 그 폐해는 우리 뒤를 이어, 오고 또 올 후손들의 몫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우리 눈앞에 더욱 무서운, 아니 아주 무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토의 성분과 성질이 크게 변질될지 모를 엄청난 변화가 ‘인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억년 전 지구상에 한반도가 생성된 이래 땅(흙과 물과 공기) 속에서 또는 식물 뿌리, 잎, 유기물 중에서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 온 미생물계(微生物界)가 천지개벽(天地開闢),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를 예고하기 시작했다. 토착 미생물이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버섯, 조류(藻類) 등으로 이 땅의 자연상태에 존재하면서 한반도 생태계와 동식물 및 인체의 생명활동에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한국적인 특성을 보지(保持)케한 일등공신이다.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을 뿐, 이들 유익한 미생물이 있음으로 해서 이 땅에서 만5천년 이상 자연 유기농사가 가능했고, 세계적으로 한국이 자랑하는 김치 등 발효식품 문화가 꽃피웠으며, 각종 질병과 병해충으로부터 ‘건강한 나라(Healthy Country: 하멜의 표류기)’로 우리 선조들과 후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탱할 수 있었다. 반면, 해로운 미생물이 득세하는 경우 각종 질병과 농사피해 인명 피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5천년 기록 역사를 볼 때 그리고 전 지구상에 7천여만의 한민족이 번성하고 있음을 볼 때 천우신조, 순풍순우, 천지조화 덕분에 우리나라 토착 미생물들은 후자의 기능과 역할보다는 전자(前者)의 기여가 월등했음을 알 수 있다.
수입 미생물농약까지 무차별 침투
그런데 이 땅에 현대적 유기농법이 다시 부활하면서 이윤극대화의 상업주의 마수가 뻗치고 있다. 환경생태계가 전혀 다른 곳에서 생성된 외래 미생물 농약이 버젓이 외제 이름을 달고 정부의 비호아래 한국의 산하에 침투하고 있다. 세계 유기농협회(IFOAM)나 쿠바의 유기농 교범에도 엄연히 화학제 농약 대신 미생물을 이용하여 병해충을 방제하려 할 경우 반드시 자기 농장에서 채취 배양한 미생물 농약을 사용할 것을 적극, 그리고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그것이 유기농법의 제1과 제1조이다. 자기 농장에서 미생물을 채취하여 사용하지 못할 사정 하에서는 최소한 동일 지역 유사한 농장에서 채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상업주의는 그 원칙을 무시한다.
주지하듯, 토착 미생물 농약 또는 생물농약(Bio Pesticides)이란 앞서 든 한국 산야의 각종 미생물과 천연물 또는 천적을 활용하여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병해충을 억제하며 각종 영양소로 농작물 생장을 촉진하고 안전하며 항생기능을 갖는 농작물의 생산을 돕는다. 즉, 직접적인 방제 효과는 물론 식물들의 자체 방어시스템을 가동시켜 준다. 토착 미생물 농약은 종종 효과가 낮을 수 있고 균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있으나 환경생태계 오염 등 부작용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 토양생태계 악영향 우려
지금 농촌진흥청에 등록된 미생물농약은 30여종에 이른다. 농림부도 올해부터 미생물농약에 대하여 농업인이 구매 사용할 경우 국고보조를 하기 시작했다. 진흥청에 등록하지 않고 각지의 유기농업인들이 자체적으로 자기 농장에서 제조 이용하는 자가 미생물농약도 상당수이다. 문제는 돈벌이가 된다고 외국으로부터 미생물농약 원제를 직수입하여 라벨만 바꾸거나 한글로 표기하여 무분별하게 전국에 왕성하게 퍼뜨리고 있는 관행 농약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여 외국 토양에서 채취 배양한 미생물들을 환경생태계가 전혀 다른 우리나라 토양에 인위적으로 이식시키고 있는데 그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외래 동식물의 사례에서 보듯, 토착 미생물들을 우리 땅에서 몰아내고 외국(異種) 미생물들이 우리 국토의 주인 노릇을 할 날이 곧 찾아올지 모른다. 그 악영향, 그 피해, 그 엄청난 파급효과는 상상하기도 무섭다. 아무도 그 영향을 분석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 국토가 변질 변성되고서야 어찌 이 땅의 생명체가 온전하길 바랄 수 있을 것일까. 옛 말대로 “어리석은 자는 피해를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린다.”일까.
*2009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