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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 22일(월)
    • 작성일2021/02/22 11:28
    • 조회 649
    장산곶매 이야기

    옛날 옛날에 황해도에 구월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쭉 뻗다가, 뚝 끊어진 ‘장산곶’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산맥과 바닷가 맞부딛히는 곳이라 물살이 드세고 땅의 기운이 센 곳이었다. 헌데 이 곳은 땅의 기운이 하도 드세어서 약한 것들은 살아남질 못했다.(중략)

    이 장산곶 숲속에 날짐승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매가 살았는데 그 중 으뜸인 장수매를 일컬어 장산곶 매라 한다. 이놈은 주변의 약한 동물은 괴롭히지 않고 일 년에 딱 두 번 대륙으로 사냥을 나가는데 떠나기 전날 밤 부리질을 하며 자기 둥지를 부수어 낸다. 장산곶 매가 한 번 사냥을 나선다는 건 생명을 건 혼신의 싸움이었으므로 그 부리질은 마지막 입질 연습이요, 또한 그것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까지 부수어 내며 자신의 정신적 상황을 점검했던 것이다. (중략)

    그런데 하루는 큰 대륙에서, 우리집보다 더 큰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쳐들어와서 온 동네를 쑥밭으로 만들었다. 송아지도 잡아가고, 아기도 채 가고, 농사 지은 것도 다 망쳐버리고, 동네 사람들은 많이 다치고, 죽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기운이 빠져 막 우는데 장산곶매가 날아올랐다. (중략)

    장산곶매는 용감히 싸웠다. 처음엔 그놈의 날개 바람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싸우면서 그놈의 약점을 알았다.
     날개가 아무리 커도 날갯죽지는 별거 아니었으므로 장산곶매는 단숨에 그놈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있는 힘을 다해 날갯죽지를 쪼아버렸다. 그러자 그놈은 힘을 못쓰고 땅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싸움이 끝나고 난 후 장산곶매는 벼랑 위 낙락장송 위에 앉아 피투성이가 된 지친 몸을 쉬고 있을 때 피냄새를 맡은 큰 구렁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장산곶매가 앉아 있는 나무를 감고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장산곶매더러 빨리 날아오르라고 막 소리를 지르며 꽹과리를 쳐댔으나, 장산곶매는 졸고만 있었다.

    (중략) 장산곶매는 한 쪽 발을 들고 졸고 있었는데 구렁이가 막 덤비는 순간 들고 있던 한쪽 발로 구렁이의 눈을 공격하고 그 놈이 휘청거릴 때 부리로 머리통을 쪼아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기뻐 함성을 올리는 순간 장산곶매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때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며 마을에는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였다.

    - 백기완, <장산곶매 이야기> 중 -

     

    ‘불쌈군(’혁명가), 거리의 백발투사 백기완. 굽히지 않았던 신념과 용기로 한평생 민중을 위해 앞서서 나갔던 그분의 삶을 장산곶매 이야기를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창한 기획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