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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4월 20일(월)
    • 작성일2020/04/20 17:34
    • 조회 857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지금 힘든 순간을 겪고 있다고 생각되면 이 말을 기억하십시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이 말은 조선 초 맹사성에게 한 고승이 준 가름침입니다. 열아홉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군수에 오른 뛰어난 학식의 맹사성은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 자만심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맹사성은 그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선사를 찾아 물었습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는 맹사성에게 스님은 말했습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살면서 나를 어렵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사실 많은 경우 내가 나를 낮추면 어렵지 않게 일이 해결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절대로 지려 하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자존심 대결을 벌입니다. 나를 좀 낮추면 금방 해결되는 일에도 그렇게 다투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마음 고생, 몸 고생,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시시비비를 가리는 동안 여러 사람을 싸움 속으로 끌어들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을 또한 어지럽히게 됩니다. 
    -박진하 지역순환경제센터 지역정책실장